말로 세상을 감싸다 – 프란치스코 교황 어록의 힘

가톨릭 교황 프란치스코는 정치적 발언 없이도 세상의 방향을 바꾼 인물이었습니다. 교황의 무기는 권력도, 교리도 아닌 ‘말’이었습니다. 그가 남긴 어록들은 시대의 어둠을 비추는 등불이 되었고,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후, 바티칸의 화려한 궁전 대신 소박한 숙소에서 지내며 ‘가난한 이들의 교황’으로 불렸습니다. 그의 어록은 단순한 종교적 교훈을 넘어, 인류의 상처를 위로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예언적 언어였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교회를 꿈꿉니다.”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한 말이다. 그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이 말 한 마디에 담았다. 그 말은 곧 그의 교황직을 관통하는 정신이 되었다. 실제로 그는 교황궁 대신 소박한 숙소를 선택했고, 호화로운 예복 대신 평범한 흰옷 차림으로 대중 앞에 섰다. 교황이라는 지위보다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목자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내가 그를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Who am I to judge?)
2013년 7월, 세계청년대회 참석 후 귀국 중 진행된 기내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다. 기자가 동성애자 성직자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가톨릭 교회가 사람을 먼저 품는 교회로 전환되는 상징적 순간이었다. 이 짧은 질문과 응답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고, 포용의 언어로 회자되며 새로운 교회 문화를 만들었다.
“하느님은 피곤하신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 말은 2015년 사순절 기간 중 일반 알현에서 전한 메시지다. 그는 신앙에서 멀어진 이들, 삶에 지친 이들에게 “하느님은 당신이 돌아오기를 지치지 않고 기다리신다”며 안식과 회복을 전했다. 단죄와 심판보다 먼저 다가오는 따뜻한 환영, 이것이야말로 그가 추구한 하느님의 얼굴이었다.
“우리는 낭비 사회, 버림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이라는 회칙 속에 담긴 이 말은, 그가 바라본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를 꿰뚫는다. 그는 단지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는 것을 넘어서, 왜 가난한 사람들이 생겨나는지를 구조적으로 묻고, 버려지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교회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경제 중심의 세계에서 인간 중심의 회복을 외친 이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지구는 우리의 공통의 집입니다. 돌보지 않으면 무너질 것입니다.”
2015년 환경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 당시 나온 발언이다. 그는 환경 문제를 단순히 과학적 위기가 아닌 영적 위기로 정의했다.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신앙인에게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 종교 지도자와 과학자들이 연대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기도하지 않으면 기적도 없습니다.”
그가 한 말 중 가장 짧지만 묵직한 말이다. 세상의 변화, 개인의 변화 모두 기도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을 담고 있다. 그는 기도를 ‘말’이 아니라 ‘행동의 시작’으로 여겼으며,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길이라 말했다.
어록을 넘어 삶으로 증명한 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록은 단지 멋진 문장이 아닙니다.. 그가 택한 거처, 입는 옷, 쓰는 언어, 걷는 길은 모두 그 말의 실천이었습니다. 교황직이라는 세계 최고의 종교 권력을 쥐고도 그는 그 자리를 권위가 아닌 섬김의 자리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말의 무게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5년 4월 선종한 지금, 그의 어록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인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지 그의 위치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남긴 말이 우리 삶 속에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절망의 시대에 그는 희망을 말했고, 분열의 시대에 그는 평화를 말했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물음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